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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근육을 깨워라…군살 태우는 '마이오카인' 쏟아진다
안철우 교수의 이달의 호르몬
중년 이후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에겐 “체중계 숫자부터 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내 몸에 건강한 근육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다.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은 줄고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기 쉽다.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다. 비밀을 이해하는 열쇠가 바로 9월의 호르몬, 마이오카인(myokine)이다.
‘마이오(myo)’는 근육, ‘카인(kine)’은 세포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 물질을 뜻한다. 마이오카인은 하나의 특정 호르몬이 아니라 근육에서 생성돼 분비되는 여러 신호 단백질과 펩타이드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환자에겐 조금 더 쉽게 ‘마이오카인은 근육이 우리 몸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설명한다. 걷고, 계단을 오르고, 자전거를 타면 근육이 수축한다. 이때 근육은 칼로리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여러 신호 물질을 통해 다른 조직과 소통한다. 과거엔 근육을 뼈를 움직이는 ‘모터’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은 근육 자체가 여러 신호 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졌다. 근육은 움직일 때 온몸과 대화를 시작한다. 근육이 반복적으로 수축하면 다양한 대사 신호가 활성화한다.
중년이 되면 “예전만큼 먹지도 않는데 살이 찐다”고 한다. 중년 이후엔 체중만 봐서는 안 된다. 체중이 같지만 근육 2㎏이 줄고 지방 2㎏이 늘었다면 몸은 전혀 달라진 것이다. 중년 다이어트 성적표는 “몇 ㎏을 뺐느냐”가 아니다. “지방을 줄이면서 근육을 얼마나 지켰느냐”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규칙적 운동은 체지방 감소와 대사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 중년 이후엔 근육 크기만큼 근력과 기능이 중요하다. 의자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가, 계단을 잘 오를 수 있는가, 걸을 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실제 건강에서는 중요하다. 좋은 근육은 큰 근육이 아니라 잘 쓰이는 근육이다.
마이오카인이 흥미로운 이유는 근육에서 나온 신호가 근육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근육에서 생성된 일부 신호 물질은 다른 조직과 소통한다. 운동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많다. 운동은 혈관 건강, 인슐린 감수성, 염증, 수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뇌 건강에 영향을 준다. 인체 장기는 각각 떨어져 사는 섬이 아니다. 근육을 움직이면 그 혜택은 온몸이 누린다.
운동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교수님, 저는 헬스장 갈 시간이 없습니다.” 근육은 헬스장 출입증을 확인하지 않는다. 빠르게 걸어도 된다. 계단을 올라가도 좋다. 의자에서 몇 번 앉았다 일어나도 된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운동했느냐가 아니라 근육을 실제로 사용했느냐다. 온종일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중간중간 끊어주는 것이 좋다. 전화할 때 일어나고, 점심 식사 후 잠깐 걷고, 한두 층은 계단을 이용해보자. 운동은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옷을 입고 하는 행사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잠자는 근육을 깨우는 일이다.
운동이 자극이라면 단백질은 재료다. 생선, 달걀, 두부, 콩, 살코기, 유제품 등으로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기본이다. 한 가지 더 있다. 회복이다. 건강한 근육엔 운동, 영양, 회복이 함께 필요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